코스피 지수가 며칠 새 10% 안팎으로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는 극단적인 변동성을 보이면서 레버리지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증시 활황 속에 개인 ‘빚투(빚내서 투자)’가 확대되면서 신용거래융자 잔액과 예탁증권담보대출 잔액 또한 역대급으로 높은 상황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34% 오른 5532.57에 마감했다. 앞서 지수는 3일 7.24%, 4일 12.06% 급락하며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다. 이후 5일에는 9.63% 반등했고 6일에는 보합 흐름을 보인 뒤 9일 다시 6%가량 급락했다.
이 기간 국내 증시는 급등락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4일 12.06% 하락은 2001년 9·11 테러 당시 하락 폭(12.03%)을 웃도는 역대 최대 낙폭이었다. 6일 9.63% 상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다. 수십 년에 한 번 있을 만한 급락과 반등이 불과 며칠 사이 반복된 것이다.
증시 급등락에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앞서 역대급 상승세 속에서 쌓인 신용거래 잔액이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언제든 하락 폭탄을 터뜨릴 수 있는 잠재적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 9일 기준 31조6905억원으로 집계됐다. 5일 33조6945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30조원을 넘는다. 예탁증권담보융자 잔액도 지난 5일 28조원대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뒤 현재는 약 25조7000억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초단기 레버리지 성격인 미수거래는 빠르게 늘었다가 소강 상태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이달 3일 1조600억원에서 4일 1조2040억원으로 증가한 뒤 5일 2조1487억원으로 급증했고 증시가 급락한 9일 1조3304억원으로 다시 줄었다.
투자자는 증권사에서 일정 금액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융자거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주가가 급락하면 보유 주식 평가액이 떨어지면서 담보비율이 낮아지고 증권사는 손실을 막기 위해 해당 주식을 시장가로 강제 매도하는 반대매매를 진행한다.
문제는 반대매매가 시장 하락기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주가 하락으로 담보비율이 낮아지면 강제 매도가 발생하고 이 매도 물량이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주가 하락→담보 부족→반대매매→추가 매도’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급등락이 반복되는 시기에 급등 국면을 타고 '빚투'가 유입되면 이후 하락 국면에서 투자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전례도 있다. 2023년 10월 주가조작 논란으로 영풍제지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하자 고객 위탁계좌에서 미수금이 약 4943억원 발생했다. 이후 영풍제지는 5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최근 증시 레버리지 확대를 우려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이용자는 “미수금이 어마어마한데 반대매매 나오면 석기시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지금 시장은 작은 불씨 하나에도 터질 수 있는 휘발유통 그 자체”라고 적었다.
급등락 속에 빚투가 급증하자 금융당국도 뒤늦게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중동 상황 비상대응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에 총력 대응할 계획이다. 현재 스위스 출장 중인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화상회의를 통해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에 투자자들이 과도한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신용거래 투자 위험 안내와 반대매매 가능성 등 유의사항 안내를 강화하고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와 투자자 보호에 소홀함이 없도록 지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증권가에선 단기간에 '빚투' 시한폭탄이 터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본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는 “현재 국내 증시는 연이은 주가 급락 과정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상당 부분 선반영했다”며 “전쟁 불안심리는 남아 있지만 코스피 밴드는 4850~6200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