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예상 밖으로 장기화하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의 올해 경영 전략도 사실상 백지화됐다.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마저 막힐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라 고유가·고환율·고물류 등 삼중고 대응이 발등의 불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SK·현대차 등은 중동 전쟁이 끝나더라도 당분간 삼중고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연초 수립한 경영 계획과 목표를 대폭 수정 중이다.
대부분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유가가 급등하고 석유화학 제품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차량 5·10부제를 시행하고 공장 에너지 사용 저감과 출장 최소화 등에도 나서는 모습이다.
항공업계는 항공유 가격이 2배 이상 오르면서 운항 축소라는 극약 처방까지 내놓았다. 석화업계는 일회용품과 의약품 대란 발생을 막기 위해 석화제품 핵심 원료인 나프타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폴리에틸렌 기반 일회용품과 포장재를 생산하는 상당수 중소기업이 공장을 멈출 위기에 처했다. 제약업계는 나프타 수급 불안에 따른 수액백 부족 가능성에 대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응책 논의에 나섰다.
수출 물류와 공급망 재편 가능성도 주요 변수다. 일례로 예멘 내 친이란 후티 반군이 참전을 공식화면서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글로벌 물류 핵심인 홍해가 봉쇄될 가능성이 언급된다. 선박 운항이 지연되고 전쟁 할증료에 따른 해운 운임이 급등할 공산이 크다. 실제 컨테이너선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지난 27일 기준 1826.77로 전쟁 전과 비교해 37%가량 올랐다.
대형 수출 기업과 국적 선사들은 긴급 간담회를 열고 우회 항로 설정과 물류 지연에 따른 수출 계약 파기 리스크 방어 전략 마련에 나섰다. 다만 HMM, 유코카캐리어스 등 한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주요 해운사는 2023년부터 후티 반군 위협이 현실화한 뒤부터 홍해 항로를 이용하지 않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동 사업 비중 재조정과 현장 대응 강화도 경영 계획 수정과 관련해 핵심 요소다.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E&A와 현대차·기아 등 MENA(중동·북아프리카) 사업 비중이 큰 대기업들은 경영진 긴급회의를 소집해 투자 계획 재검토와 현지 사업 속도 조절 등을 논의했다. 소비재 수출과 산업설비(플랜트) 구축은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방산 등은 시장 확대 기대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중동 전쟁 장기화로 기업들은 한 달 후 시장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극심한 불확실성에 직면했다"며 "연구개발과 인수합병 지출을 줄이고 자산 매각 등으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긴축 체제 전환이 잇따를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