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산선 터널 붕괴 "설계 오산과 부실한 현장관리 맞물려"

아주경제2026-04-02 13:48:41

국토교통부 세종청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 세종청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광명 신안산선 5-2공구 2아치터널 붕괴는 설계 단계의 중대한 계산 오류와 시공·감리 과정의 부적정이 겹치면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2일 국토교통부는 2025년 4월 11일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에서 일어난 해당 사고와 관련해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와 재발방지 방안을 공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2아치터널의 핵심 구조물인 중앙기둥 설계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설계 과정에서 실제로는 3m 간격으로 설치되는 기둥을 마치 끊김 없이 이어진 구조처럼 계산하면서 중앙기둥에 걸리는 하중을 2.5배나 적게 반영했다. 그 결과 중앙기둥의 지지력이 구조적으로 부족해졌다. 여기에 실제 기둥 길이 4.72m를 설계상 0.335m로 고려한 사실도 확인됐다. 결국 설계 자체가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지반 조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점도 붕괴 원인으로 지목됐다. 설계 단계의 지반조사와 시공 단계의 터널 굴착 과정에서 사고 구간에 존재한 단층대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 단층대는 지반 강도를 떨어뜨렸고 중앙기둥에 추가 하중까지 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터널 굴착 때에는 지반 분야 기술인이 1m마다 막장을 직접 관찰해야 했지만 일부 구간에서는 사진 확인으로 이를 대신한 사실이 드러났다. 시공사가 자체 안전관리계획에서 정한 자격 기준에도 못 미치는 기술인이 막장 관찰에 참여한 사실도 확인됐다.
설계와 감리 단계에서도 책임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사는 중앙기둥 하중을 과소 반영했고 길이까지 잘못 적용했지만 설계감리는 이런 오류를 걸러내지 못했다. 착공 전 설계도서를 검토한 시공사와 시공감리 역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2024년 9월 중앙터널 폭을 넓히는 설계변경을 하면서도 중앙기둥의 규격과 철근량은 그대로 유지해 설계 오류를 바로잡지 못했다.
현장 안전관리도 허술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시공사는 안전관리계획에 따라 수행해야 할 막장 관찰 기준을 지키지 않았고 종점부 암반 상태가 설계보다 좋지 않게 나타났는데도 암판정을 하지 않았다. 2025년 4월 1일부터 11일까지 공종별 자체안전점검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착공 이후 2아치터널에 대한 정기안전점검 역시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기둥 균열관리대장을 작성하지 않는 등 균열관리도 빠져 있었다. 중앙기둥을 부직포로 감싸면서 콘크리트 균열이나 변형 같은 파괴 전조까지 놓친 점도 문제로 꼽혔다.
시공 과정에서 구조 안전성을 충분히 따지지 않은 정황도 확인됐다. 설계도서에는 터널 굴착 뒤 강지보를 설치하고 숏크리트를 타설한 다음 강관 보강 그라우팅을 하도록 돼 있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굴착 뒤 곧바로 강관 보강 그라우팅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는 시공감리단장 승인만 받았을 뿐 구조적 안전성을 별도로 검토하지 않았다. 또 좌우 터널 굴착 깊이 차이를 20m 이내로 유지해야 했지만 실제로는 최대 36m까지 벌어졌다. 시공감리는 해당 문제를 발주자에게 실정보고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위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2026년 2월 특별점검을 벌였고 여러 법령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건설기술 진흥법과 관련해서는 막장면 관찰자의 자격 미흡, 암질변화에 따른 암판정 미실시, 일부 정기안전점검 누락, 시공순서 변경 뒤 구조 안전성 미확인 등이 문제가 됐다. 건설산업기본법과 관련해서는 강관 보강 그라우팅 공사에서 발주자의 서면 승낙 없이 불법 재하도급이 이뤄진 사실도 확인됐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은 관련 위반 사항에 대해 고발 절차를 진행하고 벌점과 과태료 등 행정처분도 함께 추진할 방침이다.
사조위는 같은 유형의 사고를 막기 위한 개선책도 제시했다. 우선 터널 공사 때 지반조사를 더 촘촘하게 하기로 했다. 설계 단계 시추조사 간격은 현행 100m에서 50m 이내로 강화할 계획이다. 시공 단계에서는 막장면 관찰자의 자격을 현행 관련 전공자 수준에서 토질·지질 분야 중급기술자로 높이고 관찰 결과는 고급기술자 이상 감리자가 확인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관련 설계기준과 표준시방서도 손질할 예정이다.
중앙기둥에 대한 설계와 시공 기준도 강화된다. 앞으로 다중 아치 터널의 중앙기둥은 굴착 단계를 반영한 3차원 해석을 의무적으로 거치게 된다. 시공 단계에서는 정기조사와 별도로 추가 균열조사를 실시하고 콘크리트 변형률계 등을 활용한 계측관리도 의무화할 방침이다. 터널공사 중 총 3회 실시하는 정기안전점검 역시 터널 구조와 주변 지반 여건을 더 세밀하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보완할 계획이다.
손무락 사조위 위원장은 “사고조사 결과를 정리해 4월 중 국토교통부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터널공사 등의 안전강화를 위해 사조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한 제도개선이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